겨울길(카미노 데 인비에르노)은 폰페라다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260km를 10개 구간으로 걷는 노선입니다. 중세 순례자들이 겨울철 눈이 많이 쌓이는 오 세브레이로 고개를 피해 이용했던 프랑스길의 대안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름과 달리 사계절 걸을 수 있으며, 봄과 가을에는 온화한 날씨와 한층 풍부한 색의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폰페라다를 떠난 길은 엘 비에르소의 포도밭을 지나 갈리시아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여정의 중심인 리베이라 사크라에서는 실강과 미뇨강이 만든 깊은 협곡 위로 계단식 포도밭이 아찔하게 이어집니다. 로마 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해 온 이 지역은 경사가 워낙 심해 영웅적 포도 재배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작은 와이너리가 걷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협곡 주변에는 로마네스크 수도원과 예배당, 밤나무 숲, 검은 지붕과 돌벽을 가진 갈리시아 마을이 흩어져 있습니다. 몬포르테 데 레모스와 온천으로 유명한 오렌세, 포도 산지 찬타다 같은 도시도 지나갑니다. 기술적으로 위험한 산길은 많지 않지만 고도 차가 반복되고 하루 거리가 긴 구간이 있어 꾸준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프랑스길보다 순례자와 편의시설이 훨씬 적으므로 알베르게 운영 여부와 식사 장소를 미리 확인하고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 대신 혼잡함 없이 갈리시아 농촌의 일상과 와인 문화, 강 협곡을 깊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길보다 고요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독립적인 순례자에게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