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곤 길은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해발 1,632m의 솜포르트 고개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론세스바예스를 지나는 프랑스길보다 훨씬 한적한 선택지로, 약 161km를 6개 구간에 걸쳐 걸은 뒤 나바라의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까미노 프란세스와 합류합니다.
초반에는 칸프랑크 계곡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과 산악 지형이 이어집니다. 맑은 아라곤강과 너도밤나무·소나무 숲, 높은 봉우리가 만드는 피레네 풍경이 인상적이지만 날씨가 빠르게 변하므로 방수 장비와 보온 의류가 필요합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길은 완만해지고, 산지는 포도밭과 곡물밭이 펼쳐진 나바라 평원으로 서서히 바뀝니다.
대표적인 도시는 옛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던 하카입니다. 이곳에서는 스페인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을 보여 주는 11세기 대성당과 오래된 성채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칸프랑크의 웅장한 옛 국제역, 산타 크루스 데 라 세로스의 석조 건축, 중세 도시 상궤사도 여정에 역사적인 깊이를 더합니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바위 절벽 아래 자리한 산 후안 데 라 페냐 수도원은 아라곤 길의 핵심 문화유산입니다. 프랑스길보다 알베르게와 상점이 적어 숙박과 식사를 미리 확인해야 하지만, 그만큼 조용히 걷기 좋습니다. 산악 지형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붐비는 노선 대신 피레네의 자연과 중세 역사를 함께 경험하고 싶은 순례자에게 특히 잘 맞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입니다.